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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열풍’에도 뚝심 있는 거장의 영혼

종이와 연필로 전하는, 미아쟈키 하야오의 특별한 삶

Chat GPT가 만든 ‘지브리풍’ 이미지가 인기다. SNS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넘쳐 나고, 사람들은 선한 얼굴선과 수채화로 표현된 자신의 모습에 심취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꿨다.

“Chat GPT야, 이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

해외에서도 인기는 마찬가지다.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해 ‘X’(엑스, 구 ‘트위터’)에 올렸고, 맥도날드는 공식 페이스북에 지브리 캐릭터들이 빅맥과 해피밀을 즐기는 모습을 게재했다. 어느 누구나 AI에 간단한 텍스트 명령 값을 입력하여 마치 지브리가 제작한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AI가 만든 이미지 열풍은 창작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동시에 질문도 남겼다. AI가 창작물을 순식간에 복제하는 세상에서, 작가의 화풍과 스타일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나아가 지브리 스튜디오를 비롯한 창작자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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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풍으로 바꿔본 홍보CSR팀 단체 컷 >

AI가 모방한 이미지, 저작권 침해 논란 대두

열풍과 더불어 Chat GPT로 지브리 스타일로 이미지를 만들면 저작권을 위반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법상 침해는 아니다. 저작권은 완성된 창작물에 대한 권리만을 보호한다. ‘표현’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화풍이나 스타일 같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는 저작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만든 표현물인 ‘이웃집 토토로’의 ‘토토로’ 캐릭터를 그대로 도용했다면 저작권 위반이지만, ‘토토로’를 나타내는 그림체는 ‘아이디어’이므로 이를 활용해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저작권 분야에서는 이를 ‘아이디어와 표현 이분법(Idea Expression Dichotomy)’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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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집 토토로 >

아이디어를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제약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상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이용해 자기 나름대로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우선인 셈이다. 가령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원수 지간인 세조와 김종서 가문의 자식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이는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동일한 구성이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작자인 셰익스피어가 금지된 사랑과 비극이라는 아이디어를 독점했다면 ‘공주의 남자’는 물론, 오늘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나 ‘타이타닉’ 같은 작품들은 탄생하지 못했다. 이처럼 법에 따르면 개인이 자신의 이미지를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SNS에 올린다 하더라도 침해 문제는 없다. 다만 창작자는 자신의 화풍이나 기법, 스타일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을 뿐이다.

기술이 예술을 대체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창작자의 영혼

“AI가 그린 결과물은 작업하며 만든 사람의 고통을 전혀 모른다. 완전히 역겹다. 삶 자제에 대한 모욕이다.” 2019년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아쟈키 하야오 감독이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디즈니, 픽사 등을 필두로 애니메이션의 디지털 제작이 일반화 되었을 때에도, 미아쟈키 하야오는 연필을 쥐고 종이 위에 선을 그어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전체 장면을 손으로 그리고 채색했으며, 총 14만 4,000장의 그림을 개별 촬영하며 만들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수작업 창작 환경에 비추어보면, 날이 선 그의 반응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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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과 영혼 >

원작자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스타일이 가공되고 대중에게 전파되는 행태는, 저작권이라는 법적 규범을 넘어 창작자를 존중하고 있는 지, 도덕적으로 옳은 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예술가들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낸 결과물이, AI를 거치면 몇 분 만에 생성되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와 적대 보다는, 창작에 임하는 예술가의 삶을 가볍게 다루지 말아달라는 외침과 호소에 가깝다.

 
AI는 이미지를 흉내를 낼 정도로 발전은 했지만 예술가들처럼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물에 가치관과 감정들을 담지 못한다. Chat GPT 또한 미아쟈키 하야오의 그림을 모사하지만 그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삶의 방식은 표현하지 못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살펴보면 유년 시절에 겪었던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가치를 잃지 말아야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천공의 성 라퓨타’의 전쟁 장면은 각각 제2차 세계대전과 원자폭탄 투하를 연상케 하고, ‘모노노케 히메’는 숲을 훼손하는 인간과 이를 막으려는 신령의 싸움으로 인간과 자연의 긴장을 드러내며 문명에 황폐화된 사람들에게 각성과 울림을 선사한다. 이처럼 지브리 스타일에는 그림체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 권력 비판과 평화 지향이라는 주제 의식이 담겨 있다. 기술이 예술을 대체하는 시대에, 창작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인생 철학과 예술적 감성, 그리고 이에 대한 존경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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