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는 자유롭게, 유료 방송은 족쇄?
기울어진 경쟁의 현실
스마트TV와 OTT 서비스가 일상이 된 오늘날, 유료방송 산업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리모컨 하나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과 제도는 이 둘을 전혀 다르게 다루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기반을 떠받치고 있는 유료방송은 여전히 규제에 묶여 있는 반면, OTT는 규제 밖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3월호에서는 ‘유료방송 규제의 불균형’이라는 주제를 알아보며 우리 산업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고, 왜 지금 이 이슈를 주목해야 하는지 조명해 보고자 한다.
유사한 화면, 전혀 다른 규제
스마트TV의 보급과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발전으로, 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과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등 OTT는 소비자 입장에서 거의 동일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유료방송은 방송법과 IPTV법에 따라 심의, 광고, 채널 편성, 이용약관 등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방송통신발전기금도 납부해야 한다. 반면 OTT는 이러한 규제를 대부분 적용 받지 않으며, 콘텐츠 유통과 수익 창출에 있어 훨씬 자유로운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KT의 유료방송 서비스인 지니TV와 자회사 OTT 플랫폼인 티빙은 초기 화면 구성과 사용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유료방송만이 편성, 광고 규제, 콘텐츠 등급 제한, 홈쇼핑 규제 등에 묶여 있는 실정이다.

< 레거시 미디어 주요 규제 >
방발기금은 부담, OTT는 수혜
유료방송이 짊어진 또 하나의 무게는 바로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이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의 공공성과 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 재원으로, 지상파·유료방송·홈쇼핑 등이 연간 약 1900억 원 규모를 분담하고 있다. 기금은 콘텐츠 제작, 방송 기술개발, 이용자 보호 등에 활용된다.
문제는 이 기금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오히려 OTT 플랫폼에서 상업적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MBC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tvN의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 등은 방발기금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지만,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국내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OTT는 기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혜택은 고스란히 누리는 ‘이중 무임승차(Double Free Rider)’ 구조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규제는 그대로, 시장은 변했다
현행 방송법은 2000년 제정된 통합방송법과 IPTV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은 유료방송에 지역 채널 유지, 편성 의무,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등 다양한 공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유연성이나 보완책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고삼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AI 시대에 25년 전 법률에 묶여 있다는 것은 제도적으로 심각한 정체”라고 지적하며, 광고제도, 수신료 구조, 콘텐츠 수익 분배 등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조차 차별받는 현실
OTT와 유료방송 간의 규제 불균형은 콘텐츠 제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J ENM의 ‘원경(tvN)’은 유료방송에서는 방송심의 규정을 고려해 15세 등급으로 방영되었으나, 자사 OTT인 티빙에서는 수위 높은 19세 버전으로 제공되었다. 이는 동일한 콘텐츠임에도 송출 플랫폼에 따라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청자는 혼란을 겪고, 제작사는 동일 콘텐츠로 이중 제작 부담을 떠안는 셈이다.
해법은 네거티브 규제와 자율성 확대
이에 유료방송 업계는 미국식 네거티브 규제 도입과 ‘규제 샌드박스’ 운영을 주장하고 있다. 일정 기간 신사업을 자유롭게 시행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 콘텐츠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송처럼, 유료방송의 혁신적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홈쇼핑 부문에서도 OTT 대비 과도한 상품 제한, 화면 비율 규제, 생방송 제한 등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료방송의 공익성과 미래를 동시에 지켜야
유료방송은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기반이자 지역 사회와 중소기업을 잇는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균형한 규제가 계속된다면, 우리가 쌓아온 공익적 가치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은 유료방송이 다시 한 번 역할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 시점이라며 방송산업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외치고 있다.
규제의 형평성과 제도 혁신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이때,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동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